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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간론파 SF/프롤로그 - 농담으로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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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2 ...내 이름은 미노하라 유키. 특이하다면 특이하게도 유키가, 눈 설(雪) 자나 갈 행(行) 자를 쓰지 않는, 이를 지(至) 자이다. 신기할 것이 없을까. 아니면 관심 가질 만한 게 아닐까. 이상하게도 지금까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뒤늦게야 내 이름자를 알고 놀라워했다. 나도 이 한자가 유키로 읽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나에 대해 말하려고 하면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 적이 있는가? 학창생활을 떠올려보자. '자기소개를 준비해오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떤 말을 늘어놓아야 할지 감이 전혀 안 잡히지 않은가? 나는 그랬다. 내가 평범할 뿐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지는 오래되었을 것이다. 난 80억 분의 1일 뿐이다. 1인분을 제대로 하는 인간인지도 불명인 게 아닐..
프롤로그 - 1 예로부터 '꿩도 울지 않으면 총에 맞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쓸데없는 말만 하지 않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으리라는 뜻이다. 한 때 나는 그것으로 농담따먹기를 한 적도 있는 듯 했다. 어째서 꿩이냐, 더 쉽게 우는 야생동물이라면 몇 가지라도 댈 수 있지 않을까, 애초에 꿩의 울음이 쓸데없다는 보장이 있기는 할까, 인간이 아닌 동물인 만큼 오히려 쓸데없는 것을 줄이도록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쓸데없는 말을 줄여서 목숨을 부지한다 해도, 말 한 마디만으로 죽을 상황이라면 이미 다른 이유로도 죽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 않을까. 말을 줄인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가, 하는 잡설들. 아무 의미 없는 문장들이 현실이 되었을 때는 이미 잊어먹고 말았던 말들이지만, 다시 떠올린 것은 네가 죽고 나서구나. 한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