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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간론파 SF/프롤로그 - 농담으로 행운

프롤로그 - 2

...내 이름은 미노하라 유키.

특이하다면 특이하게도 유키가, 눈 설(雪) 자나 갈 행(行) 자를 쓰지 않는, 이를 지(至) 자이다.

신기할 것이 없을까. 아니면 관심 가질 만한 게 아닐까. 이상하게도 지금까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뒤늦게야 내 이름자를 알고 놀라워했다. 나도 이 한자가 유키로 읽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나에 대해 말하려고 하면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 적이 있는가?

학창생활을 떠올려보자. '자기소개를 준비해오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떤 말을 늘어놓아야 할지 감이 전혀 안 잡히지 않은가?

나는 그랬다.

 

내가 평범할 뿐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지는 오래되었을 것이다.

난 80억 분의 1일 뿐이다.

1인분을 제대로 하는 인간인지도 불명인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버린다.

그런 건 현대사회에서 신경 쓸 것도 아닐지 모른다.

오히려 그것이 전 세계 인간의 평균일까.

모두가 1인분을 못하는 존재라면, 그건 과연 제대로 된 '1인분'의 정의인가?

 

 

하지만 이런 나라도 세상에는 분명 믿지 못할 일들이 얼마든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키보가미네 입학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귀하는 추첨을 통해 초고교급 행운으로 선택되어, 내년부터 키보가미네 학원의 신입생으로서 등교할 수 있습니다."

 

우편으로, 내 이름을 향해 온 편지는 처음 받아 보았다. 학교에 가는 중에 우편함에 들어있는 것을 발견해서, 학교에서 뜯어보려고 학교에 가지고 온 참이었다.

같이 읽어보던 소꿉친구 다카시는, 절반쯤 읽더니 환호성을 질렀다.

 

"최고잖아!"

 

"어... 이거 나에게 오는 것은 맞지?"

 

"우편봉투에만 적혀있는 것도 아니고, 이 편지지에도 제대로 이름이 적혀 있는 뎁쇼, 미노하라 유키 씨."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얼굴로 뒤통수를 긁적거리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초고교급 행운이, 도시괴담이 아니라는 것만으로 놀랍네."

 

"그래, 솔직히 나도 반쯤 안 믿었어."

 

편지를 (자기 딴에는) 자연스럽게 가져가서 나머지 절반을 읽던 다카시가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 내 친구가 초고교급이래요. 초고교급. 초고교급이라고. 세상에 이런 일이. 이건 사진 찍어둬야겠네. 트위터에 올려도 되냐?"

 

"마음대로."

 

"네 얼사는?"

 

"기각."

 

목울대에 스냅을 날려주려다가 생각을 바꿔 정수리에 날려주고 나서 자리에 털썩 앉은 기억이 난다.

 

 

 

 

그야말로 평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나에게 이런 것이 왔다.

모든 고등학생들이 꿈꾼다는 키보가미네 학원으로의 초대장이 왔다.

눈물이라고 해야 할지 땀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한숨으로 나와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그러진 기분이 들었다.

처음 든 생각은, '그야말로 자원의 낭비로군' 이라는 생각이었다.

나에게 쏟을 자원이 있다면 다른 초고교급들에게 쏟는 것이 훨씬 이득일 것이다.

부담스러워.

부담스럽기만 하다.

미노하라 유키라는 인간에게 그 정도의 가치가 있기는 한가.

 

초고교급이란 것도 결국은 명예.

그러니까 난 아무 능력 없이 왕좌에 올라버린 왕들 중 한 명 같은 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게 쓸데없이 불편했다.

사소하지만.

 

 

 

그런 생각을 제쳐두기로 한 것은 다카시의 말 덕분이었다.

 

"네 책임이 아니잖아?"

 

솔직히 귀찮아, 라고 서두를 떼며 속마음을 털어놓아도 녀석은 싱글거릴 뿐이다.

사소하지만, 이라는 말을 뒤에 붙인 게 원인일까, 좀 더 진지한 목소리를 일부러 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추첨으로 뽑힌 게 네 책임이야?"

 

"...아니지."

 

"그래, 그러니까 너를 탓하는 사람은 방향을 잘못 잡았다. 너는 애초에 탓할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으니까. 그런 태세로 막 나가. 주변에서 행운 따위로 지원받는다고 탓하면 이걸 그대로 말해보던가. '저도 초고교급 될 생각 없었다니까요!' "

 

"...탓을 받지 않게 살 수는 없을까."

 

"포기한다는 말?"

 

 

놀랍게도 그 축약된 말의 의미를 다카시는 빠르게도 포착했다.

 

 

"내가 초고교급 행운으로서 입학하는 것을 포기하면 돼. 그러면 사람들의 비난을 들을 필요 없을 거야. 애초에 크게 논란이 될 만한 것이 없겠지. 내가 초고교급으로서 얻을 수 있는 분수 맞잖는 환영만 포기할 수 있다면."

 

포기할 수 있다면...

 

"이대로 평범하게 살 수 있는게 나쁜 건 아니잖아?"

 

"안 돼."

 

"뭐?"

 

"내가 용납하지 않아. 너, 입학해."

 

나는 멍하게 다카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다카시는 진지한 건지 장난치는 건지 잘 구분할 수 없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닫거나 여는 것을 장난스럽게 반복하고 있었다.

 

"너에게 내 진학 결정권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는데."

 

"내가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용납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이번에는 핸드폰을 책상 위에 돌리기 시작했다. 손가락에 빙글빙글,

 

"미노하라, 넌 세간의 인식에 대해 딱히 생각도 관심도 없겠지만, 키보가미네 학원에 '기회'라고 부를 만한 게 있다는 것은 너도 알 거야."

 

"모르지는 않지."

 

"네가 그 기회를 거부해도 괜찮다는 것은 이해해. 네가 그 기회를 잡으려 하면 불평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해.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걸 잡아야 할 이유가 있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불평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뿌리 없는 비난은 아닐걸, '초고교급 행운'에 대한 비판은."

 

어느새 핸드폰에서 손을 뗸 다카시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어쨌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건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 온 기회라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거다."

 

"..."

 

"용납하지 않는다 뭐다 라고 말했지만, 당연히 나에게 네 진학결정권 같은 것은 없지. 내가 이리저리 말해도 결국 결정하는 것은 너야. 평소라면 네 일이니 너에게 맡기고 넘어가겠지만, 이렇게 빅 시츄에이션에서는 말을 몇 마디 덧붙이고 싶어져서 말야. 양해를 구할게."

 

"내가 여기에 가야 할 이유가 있는 거라고 말하는 거야?"

 

"난 그렇게 생각해. 너에게 기회가 간 이상, 네가 그 기회를 잡는 게 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기회를 포기하는 일은 왕왕 있잖아."

 

"나도 그 정도는 알아. 기회는 당연히 포기할 수 있어. 하지만 주어진 이상... 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기회가 주어진 이상 포기하는 것은.. 기회를 배신하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배신."

 

이런 상황에서 나올 단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너에게 그 초대장이 가서 네가 그걸 받아들였다 해 보자. 너를 위한 누군가의 땀과 시간이 너를 위해 준비되어 있겠지. 하지만 초고교급 행운에게 주어질 그것들이 갈 곳 없어지면, 그건 그것대로 비극적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내가 이 '기회'를 선택한 순간 그에 맞는 책임이 나타날 텐데? 누군가들의 비판도 있을텐데? 내가 앞으로 겪게 될 것이 비극적이지 않다는 보장은 없잖아."

 

"나도 그 정도는 알아. 그래서 결국 네 선택이라고 말했잖아. 하지만 만약... 너에게 조금이라도 욕심이 생긴다면, 이 초고교급을 잡고 싶다면, 나는 그걸 따라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거라고 해야 할까."

 

다카시는 잘 설명이 안 된다는 듯 머리를 벅벅 긁다가, 혀를 찼다가, 다리를 떨다가, 모두 멈추고 그냥 손을 주머니에 다시 쑤셔넣었다.

조금 후 그의 손에 초코바가 들려진 채로 나왔다.

키득거리면서 다카시는 초코바 봉지를 뜯고 안에서 나온 바를 힘줘서 절반으로 나눴다.

 

"...이름 그대로 생각해."

 

"뭐라고?"

 

나에게 오는 초고바 반쪽.

 

"너의 행운으로 얻은 자리야. 그러니까, 있는 힘껏 써줘."

 

 

 

 

 

결국 몇 달 후 ※◈♨는 나의 그 '행운'에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는 ○&을 떠나게 되었다. 물론 거기에는 ♧도 §☎했다.

▥☜◑♤↔▧하자면, 애초에 그것은 ↔▣㏂☎ 아는 무언가라고 ※◁⊙㈜다. 하지만 아무 의미 없는 &#□♤도 그 때의 다카시와 나에게는 의미가 있을 것이었다. 주위의 ★※&을 %$으로 빨아들이려고 하는 그 №§@는, @%의 ○♥러기라도 ^요할 터였으니ㅡ

 

 

 

 

 

결국 딱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카시의 축하를 받으며 나는 오늘 키보가미네 학원에 입학한다.

고민과 설득이 간혈적으로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야 지금도 보아라, 나의 앞에 육중한 대문이 서 있지 않은가. 그 모든 뒤척임을 잊어버리게 하는 대문이.

나는 팔을 벌려 그 육중한 문을 서서히 민다.

문의 반쪽이 끼이이익 소리를 내며 나에게 밀려나간다.

난 걷는다.

저 안쪽으로 걷는다.

어떤 일을 겪을지 더 이상 예상하지 않는 '키보가미네 학원'으로.

 

 

 


프롤로그. 농담으로 행운


 

 

??? : 일어나!

 

노하라 유키 : 으음...

 

눈을 떴을 때 내 앞에 남학생의 얼굴이 있었다. 무릎을 꿇고 몸을 굽혀 나를 바라보고 있다. 걱정하는 듯한 눈인지, 애원하는 듯한 눈인지, 다른 눈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나. 머리가 어지럽다. 눈이 어지러운지, 머리가 아픈 건지, 분리되어서 생각되지 않는다. 가벼운 짐작만이 뇌의 표피를 낙엽마냥 스쳐 지나간다.

...저 학생이 무릎을 꿇고서야 나를 똑바로 본다는 것은, 내가 키가 작은 것일까. 상식적으로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마 내 자세가 낮춰져 있는 것일까...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머리를 들려다가 무언가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

 

노하라 유키 : 아야!

 

??? : 어이구야, 괜찮냐?

 

노하라 유키 : 안 괜찮아...

 

머리를 숙여서 조심스럽게, 내가 있던 공간으로부터 빠져나온다. 난 어디에 있는 걸까. 무언가 좁고 직사각형의 공간인 것 밖에 모르겠다. 사실 질문을 떠올리는 것조차 힘들어서 신경쓰고 싶지 않아진다.

 

그렇게 몸을 내밀고 뒤돌아보자, 교단이 있었다.

흔히 선생님들이 쓸 듯한 교단. 그 안은 비어있다. 본래라면 선생님들이 몸을 들이미는 용도일텐데.

나는 저 안에 구겨저들어가 있었다는 건가?

 

노하라 유키 : 교단? 대체 여기는 어디...

 

무릎을 피려다가 무심코 신음을 질러버린다. 몸이 뻣뻣이 굳었다. 누군가가 본드를 덕지덕지 발라놓은 프라모델 같아,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몸을 웅크린 채로 교단 테두리를 팔을 휘둘러 잡는다. 지지대 삼아 서서히 무릎을 일으킨다. 옆의 키 큰 남학생은, 어떻게 부축해줘야 할 지 감을 잡지 못하는 건지 우물쭈물할 뿐이다.

 

겨우 일어나, 숨을 제대로 쉬기 위해 잠시 바닥을 본다. 들숨, 날숨, 들숨, 날숨. 하나하나를 자각해가며 숨을 쉬다가 교단에서 눈을 들어 공간 전체를 확인했다.

 

 

 

교실.

텅 빈 교실, 어두침침한.

창문에 박힌 철판이 '너는 여기서 나갈 수 없다'라는 분위기를 조장하려는 듯 일렁인다. 아니, 일렁이는 건 막 일어난 나의 시야다.

교단에 손을 짚고 다시 주변을 둘러보면, 살벌한 교실이라고밖에 표현되지 않는 곳.

 

노하라 유키 : 여기.. 키보가미네?

 

??? : 바로 키보가미네부터 말하네. 역시 너도 신입생 맞지?

 

하늘색 머리의 남학생이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어떤 가설이라도 세워뒀나. 맥락에 맞춰 생각하면 '모두가 키보가미네 신입생'이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와 그 이외의 인원이 있는가. 이 교실에는 안 보인다.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게 아니면, 다른 곳에 있는 것이리라.

 

 

노하라 유키 : 여긴.. 어디야?

 

??? : 여기가 어디냐... 나도 몰라. 사실 모두가 모르고 있긴 한데. 어쨌든... 키보가미네와 관련이 있는 건 확실한 것 같네. 학교 같아 보이기는 한다만...

 

노하라 유키 : 키보가미네...

 

무슨 일일까.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혼란스러울 뿐인 머리로 생각했다. 가장 최근의 기억을 떠올리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일부러 말로 꺼내려고 한다. 제대로 잡히지 않는 무언가를 크레인으로 억지로 끌어올리는 느낌. 뉴런이 억지로 얽히며 기억이라고 불러도 될지 확실하지도 않은 문제를 만들어내는 기분이 든다. 신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으면서도 입을 연다.

 

노하라 유키 : 분명 키보가미네 정문 앞에 서서... 문을 열고...

 

정신을 잃었어. 

 

정신을 잃은 사이에 이런 곳으로 옮겨졌다?

창문이 철판에 막힌 곳으로?

구석에 CCTV처럼 보이는 저게 살벌하게 돌아가는 곳으로?

나는...

저 남자애는...

 

노하라 유키 : 이건 대체 뭔 일이야...

 

 

무언가 벅찬 것이 나를 관통한 것처럼, 안개가 낀 두뇌로 가만히 멍을 때리게 되어 버린다.

생각을 해야 하는데 생각이 전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게 기분 나쁘다. 스스로를 재촉하는 듯이 뇌에 채찍질해도 변하는 것이 없어서 싫다.

끙끙대면서 안간힘을 쓰는 것이 눈에 보였는지, 옆의 남학생도 나에게 다가와서 등을 토닥였다.

 

??? : 괜찮아? 어떤 기분인지는 알아, 다들 그랬으니까. 그런데.. 너무 무리하지 마. 될 것만 안 되고 끝나니까.

 

노하라 유키 : 으으...

 

조금 심호흡하려고 한다. 다시 한 번 숨 하나하나에 집중한다. 날숨, 들숨, 날숨, 들숨... 숨뿐이 아니라 쿵쿵 하고 몸 깊숙히에서부터 느껴지는 듯한 박동에도 집중하고자 한다. 쿵, 쿵, 쿵, 쿵...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숨 쉬는 속도를 줄인다. 눈을 부릎뜨지만 특정한 어딘가를 관찰하지는 않는다. 그저 모든 관심을 나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노하라 유키 : ...고마워.

 

??? : 괜찮아졌어?

 

노하라 유키 : 응, 어느 정도는... 다른 아이들도 있는 거야? 전부 키보가미네 학생이고?

 

남자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제서야 그에게 정신을 돌려,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연하늘색으로 염색된 머리, 마르면서도 날렵하다는 인상을 주는 몸, 어딘가 친근감을 주는 듯한 얼굴.

티셔츠와 청바지라는, 일상적인 복장을 하고 있었다. 교복을 입고 온 나와는 다르다..

 

조금 정신을 돌리고 나서, 난 나를 도와준 이 학생에게 아직 소개를 안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교단에서 손을 뗴고, 자세를 다잡았다. 덤으로 여러모로 흐트러진 교복도 바로잡고, 먼지도 턴다.

그리고 그걸 끝낼 때까지 기다려준 그에게, 슬쩍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노하라 유키 : 다시 한 번... 도와줘서 고마워, 난 초고교급 행운이라는 것으로 '뽑혀서' 여기에 온.. 미노하라 유키, 라고 해.

 

??? : 행운!

 

나를 보는 그의 눈이 반짝 빛난다.

 

??? : 그거, 매년 추첨해서 한 명 뽑는다는 그거? 이야~. 운이 좋았네.

 

노하라 유키 : 아니, 이게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다카시와도 이미 한 번 이야기했던 주제를 다시 꺼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말끝을 줄였다. 항상 내 심장을 찔러오는 무언가지만, 여기저기 털어놓는다고 나아지는 것은 없을 것 같다.

 

??? : 난 초고교급 다트선수. 아마미야 타마야. 잘 부탁해.

 

다트선수... 

그의 날렵한 몸을 약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재능의 영향일까, 아니 재능을 위해서일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마미야 타마야 : 여기서 이야기하면서 조금 더 진정시켜주고 싶지만... 나도 다른 애들 심부름으로 온 거라서 말이지, 하하.

 

노하라 유키 : 심부름, 이라면...?

 

마미야 타마야 : 이 건물을 최대한 뒤져서, 또 쓰러진 애를 발견하면 데려오기로 했거든... 아직 못 깨어난 애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노하라 유키 : 모두, 모여있구나.

 

마미야 타마야 : 따라와. 안내할게.

 

아마미야가 먼저, 교실처럼 보이는 이 방에서 나간다. 밖에서 나를 기다려준다.

잘 움직여지지 않는 발을 애써 움직이며 걷기 시작한다. 한 번이라도 반복해서 움직일 수만 있다면, 앞으로도 아무 문제 없이 걸을 수 있겠지.

 

사실 꽤나 나중에 알았던 일이지만, 여기에 온 이상 상식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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