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꿩도 울지 않으면 총에 맞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쓸데없는 말만 하지 않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으리라는 뜻이다.
한 때 나는 그것으로 농담따먹기를 한 적도 있는 듯 했다. 어째서 꿩이냐, 더 쉽게 우는 야생동물이라면 몇 가지라도 댈 수 있지 않을까, 애초에 꿩의 울음이 쓸데없다는 보장이 있기는 할까, 인간이 아닌 동물인 만큼 오히려 쓸데없는 것을 줄이도록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쓸데없는 말을 줄여서 목숨을 부지한다 해도, 말 한 마디만으로 죽을 상황이라면 이미 다른 이유로도 죽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 않을까. 말을 줄인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가, 하는 잡설들.
아무 의미 없는 문장들이 현실이 되었을 때는 이미 잊어먹고 말았던 말들이지만,
다시 떠올린 것은 네가 죽고 나서구나.
한 때 나의 아무 의미 없는 잡설을 들어주었던 소꿉친구를 바라보았다.
그의 이름은 이제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되었다. 망자의 이름을 하나하나 추모하기에 인류는 벅차다. 사자의 원한을 일일이 풀어주기에 우리의 절망은 만만치 않다.
그러니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자그마한 합장.
고작 150 제곱센티미터 정도의 손바닥 모음.
내 이름은 미노하라 유키.
'인류사상 최대최악의 절망적 사건'의 생존자 중 한 명.
본래는 2명이서 다니던 파트너도 있던 것이, 방금 막 한 명이 된 사람이다.
소문만으로 미래기관을 향해 떠나는 여정이 의미 없게 되었다는 것을 들은 지 일주일이 된 차였다.
소식은 사람이 있어야 퍼진다. 그런 만큼 사람을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우리는 소식에 가장 약한 류일 것이었다.
이미 한 달도 전에 미래기관의 지부장들이 4명을 제외하고 몰살당한 일명 '미래기관 사상 최대최악의 절망적 사건'이 일어났다고 들었다.
그와 동시에 미래기관이 붙잡아두고 있던 '초고교급 절망'들도 눈을 뜨게 되었다고 들었다.
흉흉한 도시괴담의 일부인 줄로 알고 있던 '인조 초고교급 절망'의 부활 소식도 들었다.
어느 것 하나 확실하지 않은 것이지만 어차피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은 세상.
확실하지 않은 무언가 하나만으로 같잖은 목표 하나를 버리기에는 충분한 곳.
미래기관 본부를 찾아내자는 계획이 버려지자 친구는 다른 목표가 생길 때까지 떠돌아다니기로 한 듯 했다.
사실 그게 정상이었다. 이런 세상에서 목표를 가지고 3달을 내내 걷는 우리가 비정상이었으리라.
비정상이라도 가능할 거라고 믿었던 우리를 누군가가 청춘의 패기라고 웃어넘겨주기를 바라던 날들도 몇 번 있었던 여정.
하지만 이런 소식 하나에 단순히 종결될 뿐이었던, 부평초 같은 목적이었던 것이다.
그게 너무 아이러니해서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게 다시 떠올라서 웃어버리고 말았다.
너의 시체 앞에서.
이제 나는 무엇과 함께 살아가야 할까, 하고 생각하는 중에서.
미안하다.
다시 한 번 중얼거려보았는데 내 앞의 시신에서는 대답은 없다.
죄책감이 짓눌려서 중얼거리는 것인데도 너는 위로 한 번 해주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나를 버리고 저 세상으로 가버리는 거구나.
스쳐지나가는 장면이 있었다.
"귀하는 추첨을 통해 초고교급 행운으로 선택되어, 내년부터 키보가미네 학원의 신입생으로서 등교할 수 있습니다."
떠올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기억이 있었다.
"아빠가...! 아빠가! 죽었어! 그 개새끼들이, 내 아빠를, 아빠를...!"
언젠가 다시 듣고 싶다고 느낀 희망 조각이 있었다.
"이걸로 절망인지 뭔지 시작된 지도 5달 째야.
난 널 믿을게. 초고교급 행운을 믿어보겠어. 나와 같이 미래기관이라는 곳으로 가 줘."
평생 고막을 뚫기만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우울도.
발뒤꿈치가 까진 채 걷는 의미를 만들어내는 눈빛도.
피딱지 삼키는 것 같은 어중간한 절망을 키워버리는 틈새가.
"미안해."
유언이 되어 남겨졌다.
너를 향한 나의 유언이다.
나의 '행운'을 너무 믿어버린 너를 향한.
이제 '초고교급 행운이 될 뻔한 사람'으로 날 봐줄 사람도 없구나, 하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열 발자국도 더 못 뗀 순간이었다.
뒤통수로 날라오는 충격.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오히려 늦게 들렸다.
그 정도로 빨리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은 초고교급 중에도 없다. 내 감각의 문제일까.
강도일까, 살인마일까, 절망의 잔당일까.
이제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네, 하고 생각하며 반갑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려 했다.
입꼬리를 올리려 했다.
입꼬리를.
너에게 나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먼저 죽었어야 했다.
너와 나를 위해서.
나와 너를 위해서.
살인게임의 축복을 받아버린 모두를 위해서.
오야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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